재배소년 4주년 기념 "상자와 리본" 합작
특별한 선물


"얘들아 다 모였니? 빠진 애들은 없구?"
"네에~" "응!" "다 모인 것 같네요." "왔다" .....
여름이 끝나가는 어느 날 정원사는 맨드레이크들을 화원에 모았습니다. 저마다 개성 있게 대답 한 맨드레이크들의 건강한 모습을 보며 정원사는 행복함을 느낍니다. 뜨거운 여름 동안 기운 없어 하는 맨드레이크들에게 시원한 물을 뿌려주느라 힘들었지만, 사랑스러운 맨드레이크들이 기뻐하는 모습에 힘을 얻곤 했던 정원사입니다.
어느새 첫 번째 맨드레이크인 도란이를 만난 지도 4주년이 다가오네요. 그 후로도 수많은 맨드레이크가 정원사 곁에 와 주었습니다. 예상치도 못하게 깜짝 방문한 맨드레이크들도 있었고, 멀리 일본에서 건너와 준 맨드레이크들도 있었습니다. 수줍음이 많아 금세 얼굴을 내밀어 주지 않는 맨드레이크들도 많았지만, 정원사의 한결같은 정성에 슬쩍 찾아와 주곤 했지요.
그래서 정원사는 이런 기적과 같은 만남에 감사를 표하기 위해 맨드레이크들을 만들어 낸 이들에게 선물하기로 했어요. 가끔 부엉이의 모습을 하고 화원에 찾아와 새로운 맨드레이크 씨앗의 탄생을 알리러 와주는 수고에, 어떻게 하면 감사의 마음을 전할 수 있을까 고민 하던 정원사는 자신이 정성스럽게 키운 맨드레이크들의 얼굴을 보여주기로 결심했습니다.
"지금부터 부엉님들에게 감사 인사 할 맨드들을 뽑을 거야."
"그럼…. 뽑힌 맨드레이크들은 여기서 나가야 하는 거예요?"
당황한 맨드레이크들이 웅성거리자 정원사는 화들짝 놀라 맨드레이크들을 진정시켰습니다.
"아니야. 직접 찾아갈 수 없는 나를 대신해서 너희가 인사를 전하고 돌아와 주면 되는 거야. 너희를 보내버리다니, 내가 얼마나 너흴 사랑하는데."
정원사는 맑게 웃었습니다.
"하지만 너희도, 너희를 태어나게 해준 분들에게 인사를 하고 싶지 않니? 너희가 이곳으로 오기 전까지는 씨앗 속에 잠들어 있어서 한 번도 그분들의 얼굴을 못 봤을 테니까. 그분들 대신 가끔 찾아오는 부엉님들이 너희 얼굴을 얼마나 애정어린 눈빛으로 쳐다보는지 몰라. 어쩌면 그분들도 너흴 직접 만나고 싶어 하지 않을까."
"그렇다면 좋아요. 다시 돌아올 수만 있으면 돼요. 저흰 정원사님을 아주 사랑하거든요!"
다리에 달라붙어 얼굴을 부비는 맨드레이크들의 머리를 부드럽게 쓰다듬어준 정원사가 작은 종이를 꺼내 맨드레이크들의 손에 쥐여 주었습니다.
"여기에다가 모두 자기 이름을 쓰는 거야. 그래서 뽑힌 맨드레이크들이 대표로 인사를 전하는 거지. 모두의 건강한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지만 그건 너무 힘들 테니까. 혹시 같은 씨앗 친구들끼리 가고 싶다면 모두 함께 이름을 써도 좋아."
눈을 동그랗게 뜬 맨드레이크들은 옆에 있던 다른 맨드레이크와 속닥거리며 이름을 쓰기 시작했습니다. 혼자 이름을 쓰는 맨드레이크도, 다 같이 이름을 쓰는 맨드레이크도, 같은 씨앗은 아니지만 친하게 지내던 맨드레이크들끼리 이름을 쓰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수북이 쌓인 종이들을 커다란 통에 넣은 정원사는 손으로 그것을 이리저리 섞고 흔들었습니다.
"과연 누가 될까?"
모두 통에 들어갔다가 나오는 정원사의 손을 긴장하며 바라봅니다.